바이브 코딩 6개월, 멍청해지는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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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멍청해지고 있는 건 아닌가?”

Claude Code를 쓰기 시작한 지 몇 달쯤 됐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나는 그걸 검토만 하고 있으니까요. 손으로 타이핑하던 감각이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그 불안은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글은 그 여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1단계: 답답함, 그리고 신세계

처음에는 Claude 채팅 앱에서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2025년 상반기, 메모리 기능이 없던 시절입니다.)

2주 동안 씨름했습니다. 컨텍스트가 길어지면 이전에 선언한 변수를 기억 못 하고, 같은 기능인데 동작하지 않는 코드를 만들어냈습니다. 일관성을 맞추려고 꼭 필요한 정보만 추려서 전달하고, 다음 문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코드를 복사해서 붙여넣는 방식이었으니, “바이브 코딩”이라는 말이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Claude Code를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작성한 문서들을 프로젝트 폴더에 두고, 그 문서를 기반으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놀라운 건, 틀리게 작성한 코드를 스스로 읽고 고쳐서 수정까지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파일에 직접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이걸 보고 깨달았습니다. 개발은 물론이고, 문서도 그냥 Claude Code가 작성하게 하면 되겠구나.

2주간의 씨름이 의미 없어진 순간이었습니다. 터미널에서 실행하면 컨텍스트가 다 차도 자동 요약으로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채팅에서는 새 세션을 열면 이전 대화가 소용없었는데요. 원래 ChatGPT 대비 코드 작성 능력, 특히 문서 작성 능력을 보고 Claude를 쓰고 있었는데, Claude Code를 쓰면서 작업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당시 작성한 문서)


2단계: 과신, 그리고 좌절

경제지표 대시보드를 개발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동안 나는 가만히 있는 거죠. 다른 일을 하기엔 너무 짧고, 그냥 기다리기엔 애매한 시간. 그래서 동시에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시작했습니다. 이쪽은 바이브 코딩을 해봐야겠다 싶었습니다.

Flexbox Froggy가 재밌었어서, 비슷한 걸 JavaScript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AI 작업 지침 문서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기획 없이, 실제 화면 결과를 보면서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지시하며 진행했습니다. PenguinJS - 2개 게임까지 만들었고, 배포까지 했습니다. (GitHub)

tailwind-grid-layout도 만들었습니다. react-grid-layout의 Tailwind CSS 버전. npm에 배포까지 했습니다.

PenguinJS는 내가 뭘 만들었는지 모르겠었습니다. tailwind-grid-layout은 테스트 커버리지 100%를 만드는 과정에서 --dangerously-skip-permissions 옵션으로 작업하다가 git reset이 실행되어 작업이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git worktree를 활용해 작업을 분리하게 됐습니다.

코드를 안 보는 바이브 코딩에는 한계가 확실했습니다. 결국 개발자가 코드를 리뷰하는 단계는 빠질 수 없었습니다. 체계가 필요했습니다.


3단계: 다시 시작

때마침 회사에서 AWS AI-DLC 워크샵 기회가 생겼습니다. AI 활용 프로덕트 개발 방법론 교육이었습니다.

사용자 스토리 → Unit 분리 → 도메인 모델 → 논리적 설계 → 구현 → 테스트. 각 단계마다 검증 지점이 있고, Unit별로 문서와 코드를 동기화합니다. 체계적으로 AI와 협업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바이브 코딩의 “느낌”을 구체화하는 프레임워크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경제지표 대시보드에 적용하면서 경제지표 대시보드 AI DLC 시리즈를 작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브에이전트를 활용한 자동화도 시도했습니다. 250개 이상의 학습 콘텐츠를 자동 생성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했고, 이 과정을 AI 에이전트 파이프라인 시리즈로 정리했습니다.

(AI-DLC 적용 문서)


4단계: 불안과 자괴감

AI-DLC로 체계를 잡고, 자동화 파이프라인도 만들었습니다.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잘 되니까 오히려 불안해졌습니다.

“내가 멍청해지는 건 아닌가?”

AI가 코드를 작성하고, 나는 검토하고 피드백만 합니다. 예전에는 직접 타이핑했는데, 지금은 AI가 생성한 코드를 읽기만 합니다. 손으로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이 퇴화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는 함수 하나 작성하는 데도 고민하고, 변수명 하나에도 신경 썼습니다. 지금은 AI한테 “이렇게 해줘”라고 말하면 끝입니다. 편하긴 한데, 뭔가 잃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나중에 AI 없이 코딩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떡하지? 실제로 Claude Code에 장애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막막하기도 했습니다.


5단계: 메타인지

불안한 상태로 FE Conf도 가고, 여러 세미나와 개발자 모임에서 다른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다른 개발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을 내렸습니다.

AI가 생성하는 코드가 내가 직접 작성하는 것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내가 30분 걸려서 작성할 코드를 AI는 30초 만에 작성하고, 품질도 대체로 더 좋습니다. 에지 케이스 처리, 에러 핸들링, 코드 스타일 일관성 같은 부분에서요.

그렇다면 질문은 바뀝니다:

  • “AI 때문에 내가 멍청해지는 건 아닌가?”
  • “AI가 잘하는 건 AI에게 맡기고, 나는 뭘 해야 하는가?”

결국 코드 리뷰입니다. AI가 아무리 잘 작성해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하는 건 개발자의 몫입니다.

손코딩에서 IDE 자동완성으로 넘어갔을 때가 있었을 겁니다. 그때도 “자동완성에 의존하면 실력이 안 느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2022년 GitHub Copilot이 정식 출시됐고, Cursor 같은 도구들이 탭 자동완성을 제공하면서 또 한 번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 시기를 건너뛰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코딩 에이전트가 코드를 작성합니다.

하지만 느낌대로만 하면 안 됩니다. 그 느낌을 어떻게 구체화해서 에이전트에게 전달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코드 작성에서 개발자의 역할이 이동하는 것뿐입니다.


6단계: 새로운 재미, 그리고 당연함

메타인지를 거치고 지금, 완전히 다른 감각이 됐습니다.

예전에는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꼈습니다. 타이핑하고, 실행하고, 결과를 보는 그 과정이 도파민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4단계에서 불안했던 그 행위들—AI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결과물을 검토하고, 피드백을 주고, 개선된 결과를 확인하는—이 피드백 루프 자체가 재미있습니다.

특히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큽니다. 세션 하나에서 A 작업을 시키고, 다른 세션에서 B 작업을 시키고, 또 다른 세션에서 C 작업을 검토하고. 마치 여러 명의 주니어 개발자에게 작업을 분배하고 리뷰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단계를 지나 결국은 당연해졌습니다. 메모장에서 IDE 자동완성으로 넘어갔을 때처럼요. 처음에는 신기하고, 익숙해지면 당연해지고, 나중에는 그냥 도구로 쓰게 될 겁니다.

AI 사용에 대한 거부감, 실망감, 무력감 같은 게 사라졌습니다. React나 Vue를 배울 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요. 그냥 더 잘 쓰려고 공부하고, 활용법을 찾는 단계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더 잘 쓰려고

당연해진 이후, 불편한 걸 발견하면 자동화하는 게 패턴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이거 귀찮네… 만들까? 될까?” 하고 넘어갔던 것들을, 지금은 “AI한테 시키면 되겠네” 하고 실제로 만듭니다.

참고로, ccusage 명령어로 확인한 지난 9주간 사용량입니다.

ccusage 주간 리포트

$6,586.98, 토큰 약 81억 개를 사용했습니다.


마무리

6개월간의 여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답답함, 그리고 신세계 → 채팅의 한계, Claude Code 발견
  2. 과신, 그리고 좌절 → 코드를 안 본 대가
  3. 다시 시작 → 체계적인 방법론 학습
  4. 불안과 자괴감 → “멍청해지는 거 아니야?”
  5. 메타인지 → AI가 잘하는 건 맡기고, 내 역할에 집중
  6. 새로운 재미, 그리고 당연함 → 그냥 도구가 됨
  7. 그 이후 → AI로 더 잘하려고 자동화

AI 때문에 멍청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잘하는 건 AI에게 맡기고,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면 될 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전에는 못 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지금 몇 단계에 계신가요?